사랑의 매? 진짜 사랑하면 애 죽겠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공부를 못 한다고, 말 대답이 늦다고, 가난하다고, 임신 5개월 교사에게 맞았다. 누구 말을 듣건 간에 사진이 거짓이 아니라면 교사는 미친 거다. 실제로 교대 시절 홈피에 가 보니 "정말이지 따뜻한 선생님이 되는 게 바람이다." "사디스트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헤헤 *^^* 사이코 같죠?"라는 자기 소개가 있었다. 머리 수술을 받은 아이는 머리만 맞아 코피 흘리고, 다른 아이들은 상처가 남지 않게 똥침 맞는다는 얘기까지 듣고, 카메라와 함께 출발했다.

딸을 씻기려던 어머니는 파란 엉덩이를 보게 된다. 병원에 가자 의사가 앞장서서 경찰에 고발하라 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는 '선생님'이란 단어만 들으면 발작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엄마를 때린다. 그리고 "맞았으니 이제 빌어야지" 한다. 평소 아이는 친구 잘못을 지적하면 받을 수 있는 칭찬스티커를 거부했는데, 어느새 옳고 그른 것을 '맞았는가?'란 잣대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랬겠냐"는 교사, "아이 피부가 약한 것 아니냐"는 학교, "내 딸과 뱃속의 아이를 책임지겠냐"는 교사의 부모, "조용히 전학시켜주겠다"는 교육청, "얼마면 합의하겠냐"는 국회의원. '교사가 학생을 폭행했다'는 핵심은 빠진 채 교사가 교장 딸이고 아이 부모가 돈을 요구했다는 거짓 소문만 돌고 있는 현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모든 걸 몰카로 찍는 것이었다.

'사랑해서 30대를 때렸다니, 진짜 사랑하면 애가 죽겠다'는 피켓을 들고 부모님과 함께 학교 앞에서 교육청까지 걸어갔다. 1시간 반 동안 "폭력교사 파면하라" 외쳤더니 목이 아파, 스승의 날 노래를 불렀다. 부르는 내내 부모님은 우셨고, 피해자 아이 어머니는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참 되지 말라고 가르친 교사를 옹호하는 학교, 교사와 학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교육청, 외부인이 찾아와 환자를 모욕해도 나 몰라라 하는 병원, 독점 취재가 아니라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는 언론.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어린 학생을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지만 최소 1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교육청 징계위원회 결정,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검찰, 경찰의 수사발표, 그리고 8일에 200만원이란 치료비를 부담하기 위해 혼자 있기 싫다는 아이를 떼어 두고 밤낮으로 일하다가 119 구조대에 실려간 부모님. 2008년 대한민국이다.

언제부터 사랑이란 이름으로 주먹을 날리는 게 허용됐을까? 일제 쓰레기다. 토론의 장이어야 할 학교에 군대 문화가 들어온 거다. 열악한 교육현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매를 든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맞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건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서, 험하게 말하면 세뇌 당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 가능하지만, 체벌은 때리거나 만지는 폭력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부 못하면 맞아야 한다는, 피해자가 여자애니까 화를 내고 고등학생이 맞았다면 그러려니 하는, 내 아이가 아니니까 숨죽이는 당신 때문인지 법원조차 미쳤다. 다음은 대법원 판결내용이다.

"선생님들은 학생을 벌하기 위해 손을 들었더라도, '폭행죄로 고소당하지 않을까' 찜찜한 생각에 우물쭈물하다가 손을 내리고 마는 안일과 무책임 속으로 도피하게 되고, 기강과 가치관의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청소년교육의 장래가 더욱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사가 학생의 뺨을 때린 것은 교육목적의 훈계행위로서 정당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

중학교 체육시간, 축구공을 패스하지 않았다고 뺨을 맞았다. 고등학교 야자시간, 학생회의를 늦게 끝내 임원들이 늦었다고 대걸레로 맞았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보내며 눈물만 글썽였다. 혹시 내가 당한 게 한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밀라는 평화교육이었을까?

억울하게 맞은 것에 앙심을 품고 스승을 찾아가 살해한 제자, 수업시간에 누가 자면 상하좌우 학생까지 때리고 크레이지 아케이드라고 하는 학교. 작년 부산에서는 시험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오리걸음을 당하던 학생이 쓰러져 숨졌다. 대구에서는 학생이 자살했는데, '선생님의 강력한 몽둥이'가 슬프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폭력과 억압을 내면화해 온 대부분의 청소년, 그런 청소년기를 경험한 사람들 모두 피해자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폭력적인 학교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폭력과 죽음의 교육은 이제 그만하자.

by 바보강의석 | 2009/08/29 02:2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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