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대화

질문자=좋습니다. 당신이 평화주의자란 말이지요.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할머니를 공격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평화주의자=누가 저의 가엾은 늙은 할머니를 공격한다고요?
 
질문자=예. 당신은 지금 할머니와 함께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방에 침입해서 당신의 할머니를 막 공격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바로 그 옆에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평화주의자=나는 아마 ‘할머니 만세’를 세 번 외치고 방을 떠날 겁니다(말도 안 되는 질문 하지 말라는 뜻).
 
질문자=그렇게 대답하지 마시고요. 이건 정말 진지한 질문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놈이 총까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당신도 총이 있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당연히 그놈을 쏘아버리지 않겠습니까?
평화주의자=제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요?
 
질문자=예. 그렇습니다.
평화주의자=저는 폭력에 반대하기 때문에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요.
 
질문자=그러니까 가정이라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이겁니다.
평화주의자=그렇다면 이러면 되겠네요. 저는 그 사람이 쥐고 있는 총을 쏘아 떨어뜨리겠습니다.
 
질문자=어허,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지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당신은 총 솜씨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정확히 침입자의 총을 맞힐 수준이 안 된다고 치자는 이야기 입니다.
평화주의자=그럼 제가 총을 쏘면 안 되겠네요. 제가 총을 쏘다가 잘못해서 우리 할머니라도 맞히면 큰일 아닙니까?
 
질문자=허허. 참 귀를 못 알아들으시네요. 그럼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당신이 트럭을 몰고 있다고 칩시다. 당신이 차를 모는 길의 한쪽은 벼랑이고 다른 한쪽은 절벽입니다. 그런데 그 길 한가운데에 아주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습니다. 지금 차를 세운다 해도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도저히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평화주의자=그런 경우라면 나도 모르겠네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질문자=질문은 제가 하는 겁니다. 당신은 모든 살인을 거부하는 평화주의자라면서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하겠습니까?
평화주의자=평화주의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어쨌든 , 알겠습니다. 지금 제가 트럭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입니까?
 
질문자=그렇다고 칩시다.
평화주의자=그렇다면 열심히 경적을 울리면 어떨까요? 그러면 아이가 길에서 피하지 않겠습니까?
 
질문자=아이는 스스로 걷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겨우 10개월 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적은 고장 났습니다.
평화주의자=아이가 너무 어려서 걸을 수가 없다? 그러면 잘 되었네요. 저라면 차를 잘 몰아서 그 아이를 살짝 피해 가겠습니다. 애가 움직이지 못합니다. 제가 그렇게 해도 아이를 칠 염려는 없을 것 같은데요?
 
질문자=그건 안 됩니다. 그 길은 당신이 피하지 못할 만큼 아주 좁습니다. 한쪽은 절벽이고요. 당신은 아이를 피할 수가 없다니까요.
평화주의자=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저는 절벽 쪽으로 차를 몰고 나가 제가 죽음으로써 아이를 구하겠습니다.
 
질문자=(잠시 침묵) 그렇다면 한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당신 차에는 지금 당신 친구도 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겠습니까? 당신에게 친구까지 죽일 권리는 없는 것 아닙니까?
평화주의자 혹시 이 질문이 제가 평화주의자라는 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겁니까?
 
질문자=당신 차에는 두 명의 생명이 타고 있고 상대방은 한 명 뿐이라는 겁니다. 그럴때 평화주의자로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것이지요. 두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면 한 생명을 포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화주의자=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 만약 당신이 가정 속의 악과 진짜 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언제든지 가정 속의 악을 택하라”고요
 
질문자=그게 무슨 뜻입니까?
평화주의자=도대체 당신은 왜 그렇게 평화주의자를 모두 없애버리지 못해 안달이냐는 이야기입니다.
 
질문자=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을 뿐 입니다.
평화주의자=좋습니다. 그럼 질문을 다시 정리해보지요. 나는 지금 내 친구와 함께 한족은 벼랑이고 한쪽은 절벽인 길을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고, 제 앞에는 10개월 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지요?
 
질문자=바로 그겁니다.
평화주의자=그렇다면 나는 아마도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서 친구를 창문 밖으로 나가떻어지게 한 뒤 절벽 쪽에 가서 부딪히고, 아이를 한 번 친 다음, 죽음을 향해 절벽으로 질주하겠지요. 그리고 보나마나 그 절벽의 한쪽 끝 어딘가에는 우리 할머니 집이 있지 않겠습니다까? 그래서 내가 모는 트럭이 할머니 집 지붕을 덮친 다음 할머니 집 안방을 완전히 날려버리겠지요. 우리할머니는 아까 나쁜 사람의 공격까지 받은 후 아닙니까? 그쯤 되어야 끝이 나겠지요?
 
질문자=당신은 아직도 내 질문에 답을 안 했어요. 자꾸 피하려고만 할 뿐이지요
평화주의자=제가 이야기하려는 것은이겁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닥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가정으로 만들어진 질문은 가정으로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당신은 계속 끝없는 조건을 붙여서 나를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가정 속에서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 이상, 당신의 질문은 절대로 끝이 안 나게 되어 있어요. 결국 그 대답을 얻어낸 다음에야 당신은 이야기하겠지요. “평화주의는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야” 라고 말입니다.
  
 
* 이 대화를 소개한 사람은 반전 평화 운동가였던 포크 가수 조안 바에즈(Joan Baez)입니다. 한글 번역본은 김두식, <평화의 얼굴: 총을 들지 않을 자유>에서 가져왔습니다.

by 바보강의석 | 2009/08/29 02:1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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