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90도1328 판결 2006.5.20.

<목차>
Ⅰ.들어가며
Ⅱ.90도1328 판결의 내용
Ⅲ.90도1328 판결의 관점
Ⅳ.죄와 벌의 관점
Ⅴ.김재규 판결(80도306)의 관점
Ⅵ.1984의 관점
Ⅶ.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의 관점
Ⅷ.결론
Ⅸ.나가며
Ⅹ.참고자료



Ⅰ.들어가며
        존 롤즈는 순수한 절차적 정의, 완전한 절차적 정의,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를 말했다. 순수한 절차적 정의는 어떤 목적도 없는 상황에서 정당한 절차가 존재하는 것이고, 완전한 절차적 정의는 어떤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당한 절차가 존재하는 것이며,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는 어떤 목적은 있으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당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필자는 이 세상에는 순수한 절차적 정의와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법은 없다는 말이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레포트에서는 심신상실상태로 인해 살인죄를 면제받는다는 판결(90도1328)을 그 관점을 비롯해, 죄와 벌의 관점, 김재규 판결(80도306)의 관점, 1984의 관점, 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의 관점에서 살펴 볼 것이며, 각각의 관점의 재제들에서는 각각 하나씩의 관점만을 추출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크게는 형법의 목적에 대해 고찰할 것이고, 작게 또는 자세하게는 형법적용의 정당성과 최선의 방법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엄청난 사상자를 야기한 제 1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되었던 세르비아 청년의 오스트리아 황태자비 시해사건에서, 그 청년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몇 년의 징역형만 살았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음미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Ⅱ.90도1328 판결의 내용과 그 관점
        90도 1328 판결의 사실 관계와 그 도출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A는 1989년 어느 날 기도를 하던 중에 B를 죽여야 천당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같은 날에 B를 칼로 찔러 죽였다.
        이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에서는 “(전략)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음 (중략)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의 형을 선고”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보통수준의 지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자폐적인 세계 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채 하향적인 적응을 하여 왔고,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현실 판단력과 현실 검증능력의 제한을 보이고 있다”는 A에 대한 정신 감정서의 내용을 중요시하고, “피해자를 ‘사탄’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를 죽여야만 피고인 자신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라면, 피고인은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에 지배되어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구별할 만한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며 A를 형법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신상실자로 인정하여 A에 대해 사회보호법에 의한 치료감호 처분을 내린다.


Ⅲ.90도1328 판결의 관점
        이 판결의 관점은 죄가 있더라도 심신의 상실 상태에 있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형법 제10조 제1항의 내용과 합치한다. 그러므로 위 경우에 살인은 했지만, 살인죄의 처벌을 받지 않고, 치료감호를 받는 것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대법원의 입장뿐만 아니라 1심, 2심의 관점까지 본다면 심신 상실의 상태를 폭 넓게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주요 쟁점인데, 그 인정 여부 과정에서 정신 감정사의 보조는 있지만 법관의 역할이 가히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의 심신상실 여부의 최종 결정은 법관이 하는 것이며, 그 결정이 대법원에서 날 경우에는 재론의 여지없이 사회 구성원에 의해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Ⅳ.죄와 벌의 관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살인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배심제가 채택되어 있는 러시아에 살고 있던 남자 주인공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 악덕 전당포 주인인 노파를 제거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고, 또 그 노파의 재산의 일부를 자기가 취득하여 사용하면 자기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는 또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노파를 살해한다.
        그는 결국 자수를 하는데, 그의 친구가 그가 과거에 선행을 베푼 적이 있다는 증거를 가져 오고, 다른 사람이 내가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도 자기의 범행을 털어 놓았다는 이유, 또 살인을 할 때 정신이 조금 혼란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12년이 감경되어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1)
        90도1328 판결에서의 피고인과 죄와 벌의 남자 주인공의 공통점은 둘 다 살인으로 인해 공익과 사익이 증진되리라 생각했던 점, 그리고 정신이 혼란한 상태였다는 것이 참작되어 형이 면제 또는 감경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실제 사탄이거나, 또는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죄와 벌의 관점이 판결의 관점과 다른 것은 피고인의 선행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것이고, 자수를 하면 형이 감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자만 살펴보면 범죄자의 형벌적용 여부, 또는 교화 작업의 여부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Ⅴ.김재규 판결(80도306)의 관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대통령 박정희 시해 사건을 살펴보겠다. 시해라는 단어를 쓴 것처럼 그 당시 대통령은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는데, 김재규는 박정희의 존재로 인해 사회에 해악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여 총으로 살해한다.
        그 행동으로 인해 내란목적살인, 내란수괴미수,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 증거은닉, 살인 등의 행위가 인정되어 사형을 당한다.2)
        김재규 판결이 3장과 4장의 판결과 다른 것은 피고인에 정신 혼란 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다. 오히려 저항권 행사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데, 판례에서는 “그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 못하고 오직 자연법에만 근거하고 있는 한 법관은 이를 재판규범으로 원용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피고인의 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앞서의 두 판결에서 피고인들의 살인 행위를 사회의 도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정리해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사탄” 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죽인 것이 정당한지의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그것은 재판부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재판 규범의 틀 내에서 다른 사실 내용을 참고하여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Ⅵ.1984의 관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처벌의 종류에 대해 살펴본다.
        독재 권력에 반대하는 지하 조직에 활동하던 남자 주인공은 자기의 범행이 발각될 경우 죽으면 죽었지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심문 과정에서 그의 기피대상이 쥐라는 정보를 입수한 심문관이 쥐가 가득한 곳에 그를 집어넣자 사실을 모두 털어 놓고 만다.3)
        여기에서 살펴 볼 것은 어떤 범죄자에 대해 처벌을 적용함에 있어 인간이 보편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적용할 것인가, 또는 그 범죄자의 개별적인 기피 대상에 대해 연구하여 그 기피 대상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앞서의 세 가지 판결은 모두 인간이 보편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형을 받는 것이나, 징역형을 받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가. 물론,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감금에 대한 고통은 일반적으로 매우 커다란 괴로움으로 다가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형법의 목적을 좁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는 그에 상응하는 벌(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보았을 때, 처벌 조항을 만듦에 있어서 개개인적인 선호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Ⅶ.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의 관점
        2006년 5월 15일~17일 필자에 의해 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설문조사는 직접 설문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설문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두 방법 모두 법을 전공하지 않고, 법과 관련된 사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이 저 사람을 죽여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저 사람을 죽였다면 어떤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외의 정보는 주지 않았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사형, 무기징역 18명
 감형               1명
 보안처분         2명
 모르겠음         3명
 총계               24명 

<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의 관점>

        이 결과를 살펴보면 75%가 심신 상실에 대한 고려 없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자들의 이유를 서술해 보면, “결국은 살인이니까”, “자기의 욕심을 차리기 위한 행위니까”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감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의 이유는 “정신상태가 올바르지 못하니까”였고, 보안처분에 대한 의견의 이유는 “미쳤으니까”였다.4)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법관의 판단과 일반인의 판단이 다르고, 개별적인 판단에 따른 형법의 적용도 법관의 것과, 일반인의 것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Ⅷ.결론
        지금까지 90도1328 판결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경악할 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조금씩은 이기적인 속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 가지의 관점을 정리해 보면, 심신 상실의 상태에 대한 기준은 일반인과 법관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처벌의 종류는 가해자의 기피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 피해대상의 성질(위상)에 따라 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범죄가 발생하면 반드시 법에 따라 범죄의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심신 상실은 법관이 판단하며 비난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치료감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관점이 하나의 사건에 한꺼번에 모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크게 보아 네 가지의 관점들의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형법의 틀에 적용된다면 형법이 완전한 절차적 정의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Ⅸ.나가며
        존 롤즈가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의 예로 든 것이 형법과 그것의 현실에의 적용이다. 위증의 가능성, 형법의 입법과정에서 일부 집단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 형법적용의 정당성 유무에 대한 논란 등, 논의의 대상은 그 목적을 현실에 실현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거기에다가 형법이란 정확하게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예방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사후 처리 역할을 담당하기에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형법의 영역에서의 피해는 이미 발생한 것이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원상회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복할 것인지, 아니면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용서할 것인지는 각 사건마다, 그리고 각 당사자마다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형법, 아니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의 법이란 것이 쉽지 않은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고, 또 말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법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어떻게 사는가”보다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개별 사건에 대한 형법의 적용”보다는 “형법의 목적과 정당성”에 대해 고민한다.

 


Ⅹ.참고자료
        정의론, 존 롤즈
        90도1328 판결문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1984, 조지 오웰
        80도306 판결문
        일반인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강의석,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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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죄와 벌을 보면, 주인공이 노파를 죽이는 과정에서, 노파의 여동생을 죽인 사건도 발생하는데, 그것은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2) 김재규가 박정희를 시해하는 과정에서 차지철을 포함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3) 피고인이 국가 권력에 의해 체포될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4)  필자의 부주의로 인해 형법 레포트가 있다는 사실을 5월 15일에야 알았던 까닭으로 표본의 범위가 좁았고, 또 법학 전공자나, 법과 관련된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 사건과 관련된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두 가지를 비교, 대조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by 바보강의석 | 2009/08/29 02:0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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