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2006.5.14.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던 주의 일요일 날.
평소 일요일마다 함께 놀던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찾아가 말했습니다.
"앞으로 급히 해결할 일이 생겼는데, 그거 해결하고 다시 올게."
 
제가 우선적으로 고려하던 가치들이 순위에서 밀린 순간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변화한 것을 보며 절대적 정의의 존재여부에 대해,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와 버렸습니다. 지난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학교 방송실에서 마이크 앞에 앉아, 이 얘기를 꼭 해야 하나 안 하면 안 될까 고민하던 순간.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 저는 참 망설였습니다.


'의석아, 왜 굳이 피곤하게 사는 길을 택하려고 하니?'
'그냥, 내가 원하니까.'


중학교, 고등학교 때 보던 교과서나 문제집 표지 뒷면을 보면 두 가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첫 번째는 "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못 할 일이 없다)
두 번째는 "이 몸 바쳐 평화를 위해 헌신하겠다."


평화를 왜 그렇게도 바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저에게는 평화-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는 바로 제 꿈이었습니다.


2006년 5월 11일 목요일,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7시 20분에 일어나서 아침운동을 거르고 학교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을 계속 듣다가 자습도 하고, 근로봉사도 하다가 노래패 공연 준비를 했습니다.
그 후엔 동대문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5월 14일 두발자유집회 거리 홍보전을 했습니다.


그 순간 느낀 것은 나는 아직도 평화를 그렇게도 바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외칠 때,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볼 때,
제 가슴이 뛰었거든요. 행복했거든요.


그러나 어려운 것은 제 삶의 이유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왜 살아야 하는가?"가 훨씬 더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작년 1학기에, 저는 휴학을 했습니다.
몇 달 간, 제 자신에게 솔직한 상태로 하루 종일 생각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고, 저는 제가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때부터 가슴이 시키는 일들을 했고, 큰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가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꿈틀거려 며칠 간 생각의 늪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평화를 바라고, 평화가 올 때 행복하다는 가정을 떠올리며 헤어 나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제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제 자신에 대해 무지합니다.


그러나 가정을 가지고 이리저리 상상의 나래를 펴 본 결과 최근에 미래 계획을 얻었습니다.


첫째, 5월 14일, 20일 광화문집회, 24일 노래패 공연 후, 사법고시 준비를 할 것입니다.
둘째, 사법 연수원을 나와서 강제적인 병역제도를 반대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작별인사를 미리 올립니다.
인사는 미리 올리지만, 제가 이 공간을 떠날 20일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활동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by 바보강의석 | 2009/08/29 01:57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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